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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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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43 니뇨안쌍고등어
직업:  좀비왕 재회 노동력: 29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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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을 좀 더 탐사해보기로 결정이 나자, 에반은 림과 몇몇 고참들을 불러서 한 시간 가량 회의를 하며 수색 계획을 새로 짜기로 했다. 그들은 유적 탐사대가 설치했던 임시 막사에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내가 보기엔 말야, 여기 유적의 심층부에 비밀이 있을 것 같아.”


에반이 단말기로 유적의 지도를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며 자신이 추리한 내용을 말했다.


“핏자국들은 여기 임시막사 주변에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있지만, 자세히 보니 핏자국들이 저기 거대한 문으로 이어져 있다고 하더군. 플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겠나?”

그는 아까 에반이 지시한 대로 추가 조사한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플린은 의무병에 대한 지식 이외에도 이것저것 다양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그의 다양한 지식과 능력은 크게 도움이 되었다. 


“네. 아까 샘플을 원심분리기에다가 집어넣어 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좀 더 주변을 자세히 조사해봤습니다. 자세히 보니 핏방울이 남긴 흔적이 좀 특이했습니다.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플린은 자신의 단말기로 자신이 찍은 핏방울의 사진을 다른 이들에게 공유했다. 거기에는 어지러이 튄 핏자국들이 찍혀 있었다.


“핏자국의 모양이 꽤 다르죠? 자세히 보면 일종의 속도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 이 혈흔의 희생자는 날붙이에 당했을 겁니다. 출혈량이 엄청 많고, 얇고 길쭉하게 튀어 있는 걸 봐서는 크고 예리한 무기로 빠른 속도로 공격했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사진에 있는 핏자국들은 앞 사진의 핏자국과 모양이 많이 다르죠? 길쭉한 타원형 핏자국이 꽤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피가 뚝뚝 떨어지긴 했는데, 움직이다 보니 원형이 아니라 이렇게 길쭉한 타원형으로 남은 거죠. 아마 희생자가 도망쳤다거나, 누군가 희생자를 어디로 옮겼다는 뜻입니다.”


“뭐 플린이 법의학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대충 맞는 말 같더라고. 그리고 저 거대한 문 너머에는 유적 심층부로 내려가는 승강기가 있지. 아마 유적 심층부에 무언가가 있을 거야. 생존자든, 공격자든.”


플린의 말을 듣던 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갑자기 이렇게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니 조금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발굴 현장에도 사람들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무런 흔적이 안 남아 있었으니까요. 왜 여기에만 이렇게 구체적인 흔적이 있는 걸까요?”


“함정일 수도 있겠군.”


에반이 말했다. 역시 림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대장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본부에서 명령이 내려왔으니 수색을 하느냐 마느냐는 저희 손을 떠난 일이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아도니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게다가 현장을 보니 생존자가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호위 병력이 아무도 없었나요? 이렇게 깔끔하게….”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여기 유적이 위성도시 E11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가, 위험도도 굉장히 낮은 영역에 속해서 그 숫자가 적었지. Level 2 정도? 거기에 하사의 말마따나 지금 우리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니까…. 많이 파견하지 않았나 봐. 좋아, 그러면 이건 어떨까? 나랑 다섯 명만 내려가 보도록 하자.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철수할 수 있도록. 그럴 거면 소규모 인원으로 움직이는 게 편하고 안전해. 어때?”


“아주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림이 에반의 말에 짤막하게 대답했다. 다른 이들도 딱히 불만은 없어 보였다. 확실히 위험한 곳으로 가는 것이라면 소수 정예로 구성된 집단이 훨씬 유리했다. 에반은 휘하의 분대원 중 가장 믿음직한 다섯 명을 뽑아 유적의 심층부로 내려갈 정찰대를 꾸렸다. 이등병이자 사원인 켄과 티미, 마야는 아직 참여 작전 횟수가 10회도 안 되는 햇병아리들이었기 때문에, 데려갈 수 없었다. 대신 에반은 그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팽과 아도니, 덩컨과 플린, 그리고 드레이코를 데려가기로 했다.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가급적 인원의 특기를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도 있었다.


덩컨은 기관총을 사용하는 지원화기 담당이었으며, 드레이코는 폭발물과 드론을 다루는 공병이었고, 팽과 아도니는 ‘포인트맨’으로 쉽게 말하면 분대의 선봉을 맡은 돌입조였다. 이들은 근접전과 거점 돌파가 전공으로, 남들보다 훨씬 두꺼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산탄총이나 기관단총 같은 저지력이 높은 무기로 무장하였다.


외부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당히 위험한 것으로 추정되는 적대적 대상을 쫓아 유적을 수색하는 일은 회사 내에서도 에이스 소리를 듣는 에반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수색대에 포함된 휘하 17명의 부하의 목숨을 쥐고 있는 마당에, 섣불리 판단했다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었기에 매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에반은 최대한 소규모 인원으로 신속히 수색을 진행하기로 했다.


“켄, 마야, 티미, 너네 셋은 선임이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러 가는데 아무런 말도 없냐?”


“아,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빠릿빠릿하게 기합이 든 채로, 셋이 입을 맞춰 대답했다. 팽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만족스럽게 씨익 웃었다.


“이게 선임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유세야?”


분대 최고참인 아도니가 팽의 머리를 꽁 쥐어박았다. 별로 아프진 않았지만, 화들짝 놀라며 팽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헤헤헤, 왜 좋지 않습니까? 부하들에게 응원도 받고.”


“으이구 화상아.”


아도니는 한마디 쏘아붙이고 돌아서 걸어갔다. 팽은 세 이등병들에게 씨익 웃어 보이곤, 아도니와 함께 에반에게 향했다. 에반은 내려가기 전에 여기저기 지시를 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단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여보자고. 림, 중계기를 복구하고 회사로부터 뜯어낼 수 있는 지원은 다 뜯어내 봐. 그리고 중계기 복구가 끝나면 여기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줘. 반, 우리가 유적 심층부로 내려가도 림의 분대와 지속적으로 통신할 수 있나?”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중계기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지 않아서요. 다만, 여기 유적 자체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단순히 통신만 하는 거라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전력 시스템이 살아있는 것을 봐서는 유적 내부에 구축되어 있던 무선 통신 시스템이 살아있을 확률도 높아요.”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봐야지. 방법을 찾아봐. 아니면 드론을 활용할 순 없나?”


“글쎄요…. 개활지에서라면 가능하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간에 승강기도 있으니까요. 일단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알겠어. 반, 지금부터 임시로 림의 분대에 합류하도록 해. 그쪽 기술병이랑 같이 뭐든 해내도록 해. 유적에 잔존해있는 무선 통신 시스템에 접근할 방법을 찾고, 임시로 무선 통신을 가능하게 할 방법도 생각해봐. 일단 우리는 내려간다. 질문 없지?”


“네, 어떻게든 될 겁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반은 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에반은 자신을 포함해 6명의 분대원을 이끌고 아래로 내려가는 승강기로 향했다. 승강기는 에반의 추리를 뒷받침해주듯 작동하고 있었다. 유적 탐사대가 남긴 자료를 참고해 에반은 유적 심층부로 내려갔다.



“미친, 이게 다 뭐야?”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비현실적인 풍경이 나타났다. 크기는 훨씬 작지만, 유적 상층부의 메인 홀과 비슷한 구조의 공간이 온통 기분 나쁜 형광초록색 물질로 뒤덮여있었다. 바닥은 메인 홀과 달리 원 모양이었으며, 거의 투명한 재질로 되어 있었다. 바닥 아래에는 수조 같은 것이 있어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으며 동시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밝고 푸른 옥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반투명한 바닥이 끝나는 지점에는 계단과 바닥보다 높이 올라온 단이 있었으며, 이 단 위에는 각종 장비와 기둥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후, 화생방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할 거 같은데?”


아도니가 말했다. 그들은 말없이 방독면과 개인용 간이 차폐장을 활성화했다. 그들의 몸 위에 푸르스름한 빛이 돌더니 얇은 막이 형성되었다. 차폐장은 작동하는 동안 일정 범위에 아주 얇은 막을 계속 형성해 오염 물질이나 열, 방사선 등이 투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비이다.


“자체 전력으로는 1시간 이상 작동할 수 없으니, 후딱 해치우자고.”


에반이 말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지금 있는 공간은 대략 강당 정도의 크기였는데, 천장의 높이는 10m가량 되었지만 메인 홀과는 달리 다른 통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복도나 층 구조는 없었다. 다만 반투명한 바닥과 구분되는 단이 있을 뿐이었다. 출입구는 오직 그들이 지나온 것을 포함해 두 개밖에 없었다. 그 공간의 중간쯤에는 앞서 지나온 것과 똑같이 생긴 출입 검문소처럼 생긴 시설이 있었다. 원기둥형 승강기는 이곳에도 멈추지 않는 듯, 메인 홀과 같이 입구가 없었다.


“아,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구닥다리 시모론, 필요할 때는 늘 느리지!”


플린이 말했다. ‘시모론’은 플루토니움 내에서 업무 보조용으로 쓰이는 모론이라는 로봇을 개량한 것인데, 원판의 성능이 애초에 별로 뛰어나지 않은 데다가, 경비 업체 등에 공급하기 위해 이것저것 기능을 추가하다 보니 되려 무겁고 느리게 되어버렸다. 대신 내구력 하나는 끝내준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시모론이 삐빅거리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 시모론의 AI는 처량하리만큼 구차한 구석이 있었다. 에반은 시모론과 플린의 모습이 마치 만담꾼 같다고 느꼈다.


“그래, 어떻게 나왔는데?”


“이 점액은 대부분 유기물과 물로 이루어져 있어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혈액과 조성이 꽤 비슷한데, 이 깡통 로봇 녀석이 가지고 있는 표본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정황상 사람이나 동물, 혹은 괴생물체 따위의 체액인 듯합니다.”


“으, 사람이나 동물은 확실히 아니지 않을까? 어떤 녀석의 피가 이따위로 빛나? 무슨 고전 FPS 게임에 나오는 좀비 같네.”


옆에서 팽이 앓는 소리를 했다. 플린은 팽이 호들갑을 떨어도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걸로 확실해진 게 있다면 습격자는 인간이 아닐 것이며, 날카로운 날붙이가 달린 괴생물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확실히 무법지대에는 온갖 괴상한 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었다. 이런 생물 중에서도, 기존의 생물학 범주를 뛰어넘는, 이상하고 새로운 개체들을 플루토니움에서는 괴생물체라고 따로 분류했다. 대체로 괴생물체로 분류하는 것들은 인간에게 위험하거나 해악을 끼치는 것들로 한정된다는 특이점도 있다. 이 괴생물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무법지대의 적대적인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기괴하고 급속한 형태로 진화한 개체들이었다. 공식적으로는 괴생물체라고 하지만 편의에 따라 괴물, 괴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젠장, 난 대 괴수전은 자신 없는데.”


드레이코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실 그건 비단 드레이코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들 중 에반을 제외하면 누구도 대 괴수전 경력은 없다시피 했으며, 에반 역시도 대 괴수전은 자신이 없었다. 무지에서 오는 공포가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게 만약 사람이 아니라면 더 무섭군. 얼마나 끔찍한 괴물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게다가 괴물이랑은 싸워본 적도 없는데.”


덩컨이 한 줄 거들었다. 에반은 손을 휘저으며 분대원들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여기서 걱정하고 있어 봐야 좋은 결과는 안 나올 거 같은데? 맞나?”


다들 걱정이 들긴 하지만 에반의 말에 동의는 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이런 상황에서 걱정만 하는 것은 그들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들은 에반의 지시에 따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 봐, 이거 옷 맞지?”


팽이 말했다. 그는 자기 발치에 있는 점액 무더기를 총구로 가리키고 있었다. 거기에는 검은 옷 조각이 형광 초록색 점액에 뒤덮여 있었다. 다들 그런 점액 덩어리들을 피하려고 조심조심 걷고 있었는데, 늘 부주의한 팽은 한 무더기를 밟고 말았던 것이었다. 물론 운 좋게 또 다른 단서를 찾기는 했지만.


“으, 시모론! 이거 우리 회사에서 쓰는 옷감이야?”


팽은 역겹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시모론이 쪼르르 다가와 그 옷 조각을 기계 팔로 수거했다.


“젠장, 무슨 방사능 민달팽이를 달여놓은 죽 같구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드레이코가 거들었다.


“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종류입니다.”


시모론이 삐빅거리며 대답했다. 그때, 천장 근처의 환기구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요동치는 듯한 소리였다.


“으악!”


덩컨이 소리를 질렀다. 키 190cm에 근육으로 우락부락한 그의 몸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민첩하고 방정맞게 튀어 올랐다.


“뭐야!”


모두의 시선과 무기가 일제히 그쪽을 향했다. 잠시 긴장으로 시끄러운 침묵이 흘렀다.


“너 왜그래, 덩컨? 평소 같지 않게.”


아도니가 덩컨에게 핀잔을 줬다. 확실히 평소 말수가 적고 점잖은 덩컨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덩컨은 크게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 다들 듣지 않았습니까? 바로 제 머리 위에서 소리가 났다구요!”


덩컨이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다른 분대원들도 그 소리를 듣긴 들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뭐가 있긴 있어.”


에반이 말했다. 드레이코가 소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정찰용 드론을 환기구 쪽으로 날려 보냈다.


“동작 감지기에 무언가 잡힙니다. 꽤 큰데요? 아, 노이즈구나. 이거, 환기구가 좁은지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네요. 열감지 센서로 동작하도록 바꿔보겠습니다.”


드레이코가 말했다.


“저 정체 모를 것들은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있나본데. 우릴 겁주는 거 아냐?”


의무병인 플린이 말했다. 늘 시니컬한 그도 정체 모를 적으로 인해 긴장했는지 커다란 풍선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덩컨, 시원하게 갈길 준비해. 팽, 아도니. 선두를 맡아라. 드레이코와 덩컨, 둘을 확실히 지원하고, 플린과 나는 후미를 맡는다. 저기 기분 나쁜 초록색 점액과 혈흔을 따라가자고. 조짐이 심상치 않으니 사주경계 확실히 하며 가자.”


에반은 급히 대형을 짜고 분대원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그 점액은 그들이 서 있는 공간의 건너편의 출입구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어떻게 생겨먹은 놈들이 이런 걸 흘리고 다니는거야?”


“쉿”


아도니가 팽에게 긴장하라는 뜻으로 주의를 시켰다. 출입구는 좌우로 닫히는 거대한 철문이었는데, 억지로 힘을 가해 연 듯 크게 비틀려 있었다. 아도니는 주의를 시키긴 했지만, 팽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문을 뒤틀 정도면 끔찍하게 강력한 생물일 것이었다. 모두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출입구를 지나자 짧은 통로가 나왔고, 다시 짧은 통로를 지나자 일종의 연구실 같은 공간이 나왔다. 넓은 원형 공간에 벽면을 따라 빼곡히 수조가 늘어서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수조들을 비추고 있었다. 이곳 역시 그들이 지나온 홀처럼 원형 바닥이 반투명이었는데, 그 조명들은 반투명 바닥에서 올라오는 것과 같은 색이었다. 대부분의 수조는 깨지고 내용물이 모두 증발한 지 오래였지만, 몇몇 수조는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실의 중앙부에는 거대한 테이블 모양의 장치가 노여 있었고, 그 장치를 중심으로 아마도 연구원들의 자리였을 책상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연구실은 다층 구조였는데, 연구실의 좌우 그리고 가운데에 2층 3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놓여 있었다. 계단 위에는 각종 실험을 위한 장치들이 천장에서 내려온 기둥들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1층은 자료를 정리하는 등 문서 작업을 하고 2층 3층은 실제 실험을 하는 구조인 듯했다. 녹색 점액은 이 연구실의 중앙 쯤에서 끝나 있었다.


“뭐야, 땅으로 솟은 거야, 하늘로 꺼진 거야?”


“반대겠지.”


팽이 드레이코의 틀린 표현을 지적해줬다. 그 순간, 아까와 비슷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천장에서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과 무기가 천장으로 향했다. 드레이코는 조용히 정찰 드론의 동작 감지기를 활성화했다. 열 영상에 열원이 다수 포착되었다.


“아래…?”



그러나 그 열원들은 천장에 있지 않았다. 동작 감지기는 거대한 물체가 바로 그들 발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동시에 반투명한 바닥을 부수며 집채만 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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