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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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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43 니뇨안쌍고등어
직업:  좀비왕 재회 노동력: 29774
248 0 1

- 9 -


정확히 한 시간 후, 그들이 서 있는 주변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정하십시오! 이들은 해치지 않습니다.


“젠장, 차라리 개가 똥을 끊는다고 하지!”


진정하라는 휴웰의 말에 아도니가 가시가 돋힌 목소리로 받아쳤다. 에반의 수색대원들은 땅 아래에서 나타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안 좋은 기억이 너무 많았기에, 다들 눈에 띄게 긴장하고 있었다. 덩컨이나 아도니는 벌써 방아쇠에 손을 올려놓은 상황이었고, 플린이나 림은 긴장하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몹시도 애를 쓰고 있었다. 곧이어, 바닥을 뚫고 세 마리의 거대한 샌드웜들이 나타났다. 그 샌드웜이라는 생물은 어린아이들의 악몽에서나 나타날 것 같은 기괴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 이름처럼, 샌드웜은 거대한 애벌레나 지렁이, 뱀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 규모가 다르긴 했지만 말이다. 거대한 모래 빛 몸뚱이는 쉴 새 없이 꿈틀거렸으며, 길이는 대충 봐도 10m는 넘어 보였다. 


쩍 벌린 입은 턱이 없어 거머리나 칠성장어처럼 생긴 형태였다. 의외로 이빨 같은 것은 많지 않아, 입 가장자리를 따라 두 세 줄 작게 돋아 있었고, 입 안에서는 기다란 촉수가 여러 가닥 빠져나와 흐늘거리고 있었다. 등 위에는 사람을 태우기 위해서인지 반짝거리는 캡슐이 매여 있었다.


“고놈 참, 귀엽게도 생겼네. 너무나도 자연친화적인 외모야.”


팽이 중얼거렸다.


“자연친화적?”


아도니가 무슨 소리냐는 듯 팽에게 되물었다.


“비인간적이잖아요.”


“….”


샌드웜들은 이윽고 바닥에 납작하게 몸을 뉘었다. 제일 크고 선명한 색의 샌드웜의 등에 달린 캡슐이 푸시식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거기서 수염이 무성한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여어! 휴웰! 어쩐 일이야 자네가 우릴 다 부르고? 이 친구들은 누군가?”


그는 성직자들이 입는 로브처럼 품이 넓은, 베이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북슬북슬한 수염과 머리에 쓴, 챙이 엄청나게 큰 모자가 인상 깊었다.


“오랜만입니다 어르신. 이들은 플루토니움의 등록자들입니다. 사막의 유적에서 봉변을 당해 지금 급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글쎄, 또 그 ‘일’ 때문인가? 그 어….”


“아, 아닙니다….”


휴웰이 당황한 듯 재빨리 어르신이라 불린 남자의 말을 가로챘다. 에반은 그가 처음으로 ‘인간다운’ 감정표현을 한다고 생각했다.


“아, 내 정신 좀 보게. 나는 이미르라고 한다네. 뮈나스라는 부족을 이끌고 있지. 우리는 이 거대한 애벌레를 치며 살아가지. 샌드웜의 고기나 가죽은 플루토니움에서도 아주 인기가 좋거든.”


“뭐, 뭘 먹는다고요?”


팽이 말했다. 아무래도 그는 충격이 큰 듯했다.


“이 샌드웜들 말일세!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건강에는 아주 최고지. 거 왜, ‘캥거루 스테이크’라는 음식 안 먹어봤나?”


“먹어봤죠! 저기 위성도시 E11의 명물…. 잠시만, 설마…?”


“바로 그걸세.”


“으우욱!”


팽이 또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바람 잘 날 없는 그의 속이었다.


“아무튼, 만나서 반갑네. 휴웰과 친구라면, 당연히 우리 뮈나스 사람들하고도 친구지! 무슨 도움이 필요한가? 샌드웜 주스라도 한잔 하겠나?”


캡슐에서 줄사다리가 드르륵 내려오더니, 이미르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그는 가장 앞에 있던 팽의 손을 잡고 신나게 흔들었다. 악수를 몹시 격렬하게 하는 성격인 듯했다. 다른 수색대원들은 더 이상 놀랄 기운도 없는지, 체념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괴생물체로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많은 동료를 잃었다고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각종 통신장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하길래 어르신이 떠올랐습니다.”


“허허…. 늙은이가 눈치도 없이 너무 까불었구만. 미안하네 친구들. 시신은 수습했는가?”


“아니요…. 괜찮습니다. 일단 상황을 보고하면 본사에서 충분한 인원을 파견해 줄 것입니다. 지금은 먼저 도시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연락을 해야 합니다.”


림이 대답했다. 유적에 남겨두고 온 것이 많지만,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유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본사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했다. 아마 돌아가서 이 소식을 전한다면, 그들은 성급히 인원을 파견한 것에 대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림은 생각했다.


“그렇구만…. 여기 사막은 험한 곳이지. 우리야 이런 듬직한 놈들을 몰고 다니니 괜찮지만…. 그럼 이들을 가까운 도시로 데려다주면 되는 건가? 어디 보자, 위성도시 E11?”


“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휴웰이 말했다. 림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이거 참,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너무 정신이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조금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하하, 휴웰의 요청이라면 당연히 도와야지. 그리고 우리는 비록 플루토니움의 등록자들은 아니지만, 그들 덕분에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데, 여기 이 친구들에게 그 은혜를 조금은 갚아도 되겠지. 안 그런가? 다들 몹시 고마워 할 텐데.”


그렇게 말하며 이미르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어서들 타게. 사람이 많아서 조금 나눠 타야 할 것 같은데. 누가 ‘앞자리’에 앉고 싶은가?”


“앞자리요?”


“짐을 나르는 샌드웜들은 입에 짐을 실을 수 있도록 길들어 있다네. 안전장치도 충분히 되어 있지. 아, 뒷자리는 꼬리 부분에 달려있는 캡슐이라네. 아, 그러고 보니 짐이 실려있어서 뒷자리에는 못 타겠군.”


“입에…. 뭐요?”


이미르는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그가 타고 온 샌드웜의 양 옆에 있던 샌드웜의 입이 쩌억 하고 열렸다. 입안에는 아마 안전장치인 듯, 원리를 알 수 없는 장치가 재갈처럼 물려 있었다.


“저기 타라고요…?”


팽이 물었다.


“하하, 절대로 자네들을 먹지 않을테니 걱정 말게나. 얘들은 먹이를 소화액으로 녹여 먹는데, 녹이지 않은 것은 절대로 삼키지 않아. 게다가 소화액을 못 뿜게 장치도 해 놨으니 괜찮다네. 오히려 이 사막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지, 거기가!”


수색대원 모두가 사색이 되었으나, 림이 엄한 표정으로 모두 탑승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흡사 도축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불쌍하게 샌드웜의 입으로 걸어 들어갔다.


“잠깐만요, 분대장님, 괜찮으실까요? 인사라도….”


팽이 다급히 말했다.


“잔꾀 부리지 말고 얼른 들어갓!”


아도니가 팽에게 면박을 줬다. 팽은 오만상을 다 쓰며 마지막으로 샌드웜의 입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쩔 수 없어. 한시가 급하다고.”


림이 말했다. 이미르에게 수색대원들을 인계한 휴웰은 에반에게 유적의 내부로 향하자는 제스쳐를 취했다. 모두 다 샌드웜에 탑승하자 이미르는 버튼을 눌렀고, 샌드웜은 입을 다물고 다시 땅속으로 파고들어가기 시작했다.


“휴웰! 일 끝나거든 꼭 들리게나! 옆 마을에서도 자네를 보고 싶어 한다네!”


유적으로 향하는 휴웰의 등에 이미르가 크게 소리쳤다. 휴웰은 대답하는 대신 크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곧 캡슐의 문이 닫히며 이미르가 타고 있던 샌드웜도 땅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행이 모두 떠나는 것을 본 뒤, 두 사람은 유적으로 내려갔다.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길이었지만, 에반은 자신의 몸이 저절로 움직이며 유적의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당신은 누구죠?”


침묵을 깨고 에반이 먼저 입을 열었다. 통로가 지루하게 계속되었기 때문에 에반은 궁금한 것이나 잔뜩 물어보기로 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사냥꾼 휴웰입니다.”


“아니, 그런 질문이 아닙니다.”


휴웰은 에반의 질문에 생각이 잠긴 듯했다. 시간은 충분했기에 조바심이 들진 않았다.


“사냥꾼은…. 업을 지는 자입니다. 그리고 그 업을 이루기 위해 사냥을 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업은….”


“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여전히 휴웰의 말은 아리송했다.


“그렇다면 왜 저를 돕겠다고 하신 거죠?”


“사실, 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황무지의 뒤틀린 피조물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을 돕는 것은 사냥꾼들의 ‘대업’ 중 하나입니다. 당신을 어려운 말로 시험에 들게 해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휴웰의 말에 따르면 그는 어쨌거나 에반을 도와줄 셈이었다는 것이다. 휴웰이 맹세를 하든 하지 않든. 그러나 에반은 그 맹세가 어떤 의미인지 별로 와닿지 않기도 했고, 어쨌거나 휴웰이 도와주기로 한 마당에 화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못 하다고 생각했다. 대신 그는 휴웰에게 질문을 하기로 했다.


“‘대업’이요?”


“사냥꾼이라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업입니다. 일종의 행동 규범이자 집단의 목표이기도 한 셈이죠. 이건 말씀해드려도 괜찮을 것 같네요. 처음에, 사냥꾼이라는 집단이 이 땅에 나타난 이유는 지옥 같은 황무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습니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죠. 많은 이들을 적대적인 환경들로부터 구하기 위해 우리는 일어섰습니다. 그로써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죠.”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에반은 학창 시절에 사회 관련 이론에 대해 수업받은 내용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여전히 휴웰의 말은 두루뭉술했다.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아요.”


“…. 우리는 이렇게 사냥꾼으로서의 대업을 지켜오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물론 사냥꾼들은 각자 자신의 업을 좇는 존재들이지만, 대업은 그 과정에서도 반드시 지키고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를 도우신 거군요?”


“네. 인간들 간의 다툼이라면 거기에 끼어드는 것은 사냥꾼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소위 ‘돌연변이’라고 하는 것들이 인간에게 위해를 끼치고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돌연변이를 해치워야만 합니다.”


“…. 복잡하고 어렵군요.”


그리고 둘 사이에는 침묵이 이어졌다. 에반은 마치 생생한 꿈을 꾸다 깨어난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일이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났고, 방금에야 그 일들이 가진 의미가 에반의 가슴속에서 명료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료들은, 제 부하 직원들은 괜찮을까요?”


에반은 자신이 너무 경솔했다고 생각했다.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유기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남은 대원들을 모조리 맡겨버렸으니까. 하지만 휴웰이라면, 그 괴물들을 다 죽여버린 휴웰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가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저버린 순간,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었다. 어떤 생각이나 이유도 변명 이상은 되기 어려웠다.


“가장 믿을만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이미르 어르신은.”


“조금 더 자세히 말해주시면 안됩니까? 네, 제가 이상한 건 맞아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과한 부탁도 하고, 덜컥 믿어버린 제 책임도 있죠. 하지만 불안하단 말입니다. 저도 알아요. 지금 제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단 말입니다! 어쩔 수….”


에반은 말을 마저 잇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물밀듯이 밀려든 감정에 먹먹해졌던 가슴이 조금 진정되자, 다시 사소한 감정들도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어긋나버린 현실은 그대로였다. 지금 상황은 에반에게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 휴웰은 그런 방황하는 에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대체로 혼자 다니기 때문에 당신이 제 친구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친구요? 혼자 다닌다면서요.”


“조금 있다가, 당신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보다, 네. 이곳으로 내려와서 그들이 안전하다는 말은…. 제 직업과 업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금은 설명해드리도록 하죠. 저는 사냥꾼입니다.”


“네, 네. 지겹게 들었죠.”


에반은 조금 짜증이 나서 무의식적으로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역시 휴웰은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앞으로는 좀 더 자세히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미르 어르신은 정말 믿어도 좋습니다. 그는 ‘비등록자’지만 플루토니움과 직접 거래를 할 만큼 수완 있는 사람이죠. 그가 당신의 동료들을 해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신뢰가 뭔지 아는 사람이니까요”


그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이해할 수 없는 건 자신이지 휴웰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 선뜻 친절을 베풀지 않았던가. 비록 조건부지만. 애초에 그가 자신이나 일행을 해치려고 했다면 움브로프들에게 자신의 일행을 죽도록 남겨둬도 상관 없을 것이었고, 만약 그들을 다른 이유로 쓰기 위해 살려뒀다면, 지금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에반은 지금 살아 있지도 않았을 테니까. 에반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진짜로.


그들은 대략 40분 정도를 걸어 메인 홀에 도착했다. 아까 에반이 처음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전투의 흔적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었다. 에반은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현실감은 뚜렷하지 않지만 그래도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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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고등어

세상에서 가장 감상적인 고등어

주의 - 샴고등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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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페이지 플루토니아 2015.12.31 06:15:16
    #5 노예는 구독자 수를 뜻해, 네 작품을 뉴스피드에서 바로 받아보려 하는 사람들이야. 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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