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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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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43 니뇨안쌍고등어
직업:  좀비왕 재회 노동력: 29876
206 0 1

- 8 -


“저는 사냥꾼입니다. 저는 업에 메인 존재로, 오직 업에 의해서만 움직입니다.”


휴웰이 말했다.


“여러분들의 절박한 심정은 잘 알겠으나, 저로서는 여러분들의 부탁을 쉬이 들어드리기 어렵습니다. 자칫하다간 여러분들도 제 업에 엮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휴웰의 목소리가 엄숙해졌다.


“정말로 제 도움을 원하신다면, 맹세하셔야 합니다. 그 업에 엮이기 전까지는 알려드릴 수 없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운명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솔직히, 에반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어떻게라도 좋았다. 그를 익사시킬듯한 이 감정을 털어낼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지워진 이 감정의 짐과 수행하지 못한 임무를 완수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 맹세합니다.”


휴웰은 에반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에반은 그가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순간 에반은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말썽을 피우고 거짓말을 한 자신을 혼내던 순간. 휴웰의 시선은 그때의 부모님의 시선을 닮아 있었다. 


물론 에반이 지금 느끼는 휴웰의 시선은 그때보다 훨씬 소름 끼쳤으며, 자신을 훨씬 부끄럽게 만들었다. 에반은 그의 눈에서 자신의 눈을 뗄 수 없었다. 비슷한 기억들이 수십 수백 개가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했으며, 그 순간은 지루한 경계초소 근무처럼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갑자기, 에반은 그 무아지경의 순간이 지나갔음을 알아챘다. 휴웰은 이미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 왜 그러셨습니까, 분대장님!”


그제야 씩씩거리는 플린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쩔 셈이신데요!”


플린은 에반을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 그가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물론 그들이 유적에서 입은 손실은 끔찍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불가항력이었다. 다들 어떤 위험한 상황이 유적 내에서 벌어지고 있으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끔찍하고 강력한 괴물이 유적에 숨어 그들을 노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아무리 에반이 분대장이고, 이 수색대의 총책임자라고 해서, 모든 것을 책임질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기꾼 같은 놈과 이상한 맹세까지 할 필요가 있는 일은 아니었다.


“저자가 누군지 알고 도움을 청합니까? 그리고 그 요상한 맹세는요? 업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그렇게 쉽게 승낙하시는 겁니까? 여긴 무법지대입니다! 얼마나 이상한 녀석들이 많은데…. 갑자기 왜 그러시냔 말입니다!”


평소답지 않게 플린은 크게 화를 냈다. 에반은 고개를 돌려 플린을 쳐다봤다. 플린과 에반의 눈이 마주쳤고, 플린은 순간 그의 눈이 너무나도 맑아 보여 깜짝 놀랐다. 플린은 무언가 가슴 속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녹는 기분이 들었다.


“분대장님…?”


“플린. 우린 임무를 마저 수행해야 해. 그렇지?”


“네? 네….”


“그리고 그가 정말 저 괴물들을 다 해치운 실력자라면, 지금 우릴 도울 수 있는 건 그 뿐이야. 그의 도움이 필요해.”


“….”


“그리고…. 난…. 해야만 해.”


플린은 말문이 막혔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이 그의 내면에서 솟아났다. 이 이상의 질문과 질타는 무의미했다. 다른 이들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홀린 듯 지켜보고 있었다. 림이 다가와 말없이 에반에게 장비와 탄약을 넘겨주었다. 에반 역시 묵묵히 림이 건네준 것들로 자신의 무장을 다시 갖추고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에반은 필요한 것들을 모두 갖추었다.


“만약, 그가 정말로 그 괴물들을 다 해치운 게 맞는다면, 네. 가능하겠죠. 유적을 더 수색할 수 있을 거예요.”


장비를 건네준 후, 에반의 옆에 서 있던 림이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다 두더라도,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수색대장’님이 유적으로 내려가신다면 말입니다.”


림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에반이 유적으로 다시 내려가게 된다면 남은 인원을 이끌 사람이 없게 되었다.


“림, 이젠 네가 수색대장이야. 남은 인원을 수습해서 기지로 복귀하도록 해.”


“…. 알겠습니다. 물론 지금 회사와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요…. 중사님, 중사님의 행동을 저는 이해합니다. 다만, 중사님께서 저희를 남겨 두고 다시 유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실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금도 보셨지 않으셨습니까? 괴물들이 심심찮게 튀어나온다는 것을. 이런 곳에 저희만 남겨두고 가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림은 맞는 말만 했다. 에반은 할 말이 없었다.


“…. 어쨌거나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여기는 제가 맡아 보겠습니다.”


언제나 맞는 말만 하면서도, 이해는 또 곧장 잘해주는 림이 에반은 고마웠다. 그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휴웰은 다가와 림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 네? 가까운 도시로 가야 합니다. 가는 건 제 자유가 아니죠. 80km가 넘는 사막을 보급품도 없이 헤쳐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림은 방어적인 태도로 말했다. 사려 깊은 그도 다양한 편견들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도시…. 이렇게 하면 어떻습니까? 여기서 가까운 곳에, 사막에서 거대한 샌드웜을 치는 유목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비등록자들…. 말입니까?”


“네. 그들은 비등록자들이죠. 다만 그들은 가까운 도시와도 교류하는, 악하지 않은 자들입니다. 원하신다면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그들 마을로 신속히 데려갈 수 있으며, 원한다면 그들의 장비도 쓸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신뢰할 수 있는 자들입니다.”


“어떻게 그들을 믿습니까?”


“저를 믿는다면 그들도 믿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을 믿는 게 아니라, 우리 중사님을 믿는 겁니다.”


“그 중사님은 저를 믿는 것 같군요.”


“…. 알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닌 것 같군요.”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휴웰은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거기에는 작은, 지렁이처럼 생긴 생물이 서 너 마리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그건 또 뭡니까?”


“그 유목민들이 연락책으로 쓰는 벌레입니다. 이 벌레는 회귀본능이 강해서 어디서든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갈 수 있죠. 게다가 이 벌레는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파괴되지 않는, 특징적인 굴을 남깁니다. 이 벌레를 놓아주면 아마 한 시간 안에 그들이 이곳으로 올 수 있을 것입니다.”


“…. 일단 알겠습니다. 부탁드리죠.”


그의 말에 휴웰은 벌레 한 마리를 땅에다 풀어줬다. 그 벌레는 무서운 속도로 땅을 파고 들어갔다.


“저, 림 하사님?”


“음, 플린 상병.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라면 받아들이지 않겠다. 이건 명령이야. 아까 에반 중사님이 말하는 거 들었지? 이제 수색대는 내가 지휘한다.”


플린은 이것저것 할 말이 많은 모양이었지만, 림의 고압적인 태도에 입술만 지그시 깨물 뿐이었다.


“한시간 뒤,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휴웰이 에반에게 말했다. 에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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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고등어

세상에서 가장 감상적인 고등어

주의 - 샴고등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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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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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페이지 플루토니아 2015.12.31 06:14:47
    #5 노예는 구독자 수를 뜻해, 네 작품을 뉴스피드에서 바로 받아보려 하는 사람들이야. 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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