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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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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43 니뇨안쌍고등어
직업:  채좀 정규직 노동력: 29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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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중계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드레이코가 말했다. 다행히도, 그들은 유적의 입구까지 돌아가는 동안 어떤 공격도 받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유적 내에 설치된 모든 중계기가 작동하지 않아 본부와 어떤 연락도 취할 수 없었다. 마침 내 유적 바깥에 도달해보니 중앙 중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또 갑자기…. 그러면 단파 무전기라던가 그런 건 있나?”


에반이 드레이코에게 물었다.


“아, 아마 유적 내에 있을 겁니다. 긴급히 출발하느라 그런 장비들을 챙길 생각을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 누가 챙기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젠장, 일이 또 이렇게 꼬이나?”


“그런데 분대장님, 이거 단지 중계기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째서지?”


옆에 있던 플린이 에반에게 말했다.


“드레이코, 드론 가지고 있는 것 있나?”


“정찰용이라면 하나 있습니다.”


“그거 띄워봐.”


플린의말에 따라, 드레이코는 정찰용 드론을 작동시켰다.


“어? 이거 연결이 안 됩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 분대장님, 주변에 강력한 전파방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뭐? 웬 전파방해?”


“중계기들이 멀쩡한데도 작동 안 한다면 이유는 그거밖에 없습니다. 방금 드론이 드레이코의 단말기와 연결이 안 된 것도 그것 때문이죠.”


“그러면 어디서, 누가 방해 전파를 쏘고 있는 거지? 이대로라면 돌아갈 수 없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만?”


“이 일련의 사태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확실히 무언가 우리를 노리고 있어요. 아마도 유적 내에 있던 존재들이 아닐까요.”


“젠장….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군. 저기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그 때, 남은 인원들 주변의 바닥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래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정도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이거 설마….”


“모두 준비해! 바닥에 뭔가 있다!”


“이쪽으로! 다들 따라와!”


림이 다른 이들을 중장비 쪽으로 이끌었다. 어쨌거나 전투의 기본은 은엄폐였다. 그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고 했다.


“젠장, 이거 너무 끔찍한데.”


아도니가 중얼거렸다. 숀과 림은 원래 과묵한 성격이기도 했지만, 아까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심하게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유적의 입구를 중심으로 여덟 마리의 괴물이 땅을 뚫고 뛰쳐나왔다. 네 마리는 그들이 익히 마주쳤던 놈들이었고, 나머지 네 마리는 물장군과 지네를 합친듯한 기괴한 생김새의 괴물이었다. 처음 보는 괴물들은 다시 땅속으로 사라졌고, 네 마리의 괴물이 에반과 나머지 대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먼저 쏠까요?”


“섬광탄 준비해. 이런 개활지에서 얼마나 먹혀들진 모르겠지만. 아직 목표 지시기 구분 방법 안 까먹었지? 림, 숀, 둘은 초록색 목표를 쏴.”


플린은 그 괴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어째서 저들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였다.


“사….”


에반이 사격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괴물들 사이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먼지가 충격파에 실리며 강한 모래바람이 일어나 순간적으로 그들의 시야를 가렸다.


“윽, 뭐야!”


“섬광탄! 일단 섬광탄을 던져서 견제해!”


“눈을 못 뜨겠습니다! 대충 던졌다간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괴물들이 서 있던 자리에서 큰 타격음이 그들에게 들려왔다.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큰 총소리, 그리고 살점이 터지는 익숙한 소리 등이 들려왔다.


잠시 후 먼지가 거치자 팽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괴물의 위치를 확보하려고 했다.


“무슨…. 으악!”


팽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옆에 엄폐하고 있던 아도니가 괴물이 들이닥친 것으로 판단하고 사격을 가하기 위해 총기를 내밀었다. 막 총알을 발사하려는 순간, 무언가 강한 힘이 아도니의 총을 때렸고, 총구는 하늘을 향했다. 조정간이 자동으로 놓여 있던 아도니의 총은 공중으로 대여섯 발 총알을 뿌렸다.


“그만, 저는 적이 아닙니다.”


그리고 뜻밖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고개를 내밀어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거기에는 긴 외투를 걸친, 독특한 외모의 사내가 있었다. 


먼저 그는 체격이 몹시 컸다. 에반의 분대에서 가장 체격이 큰 덩컨도, 키가 190cm 가까이 되어 어디 가서 덩치로 꿀리지 않았지만, 휴웰은 덩컨보다 더 체격이 컸다. 휴웰은 마치 거대한 행성이 공간을 짓누르듯, 큰 체격에서 나오는 존재감으로 주변을 짓누르고 있었다.


거기에 그는 다분히 서부극에서 등장할 것 같은, 특이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세로로 날렵하게 뻗은 모자와,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롱 부츠를 신고 있었고, 오랜 세월을 견뎌낸 듯한 외투 아래에는 튼튼해 보이는 상체 방어구를 입고 있었다. 보호구 아래로는 체크무늬 남방을 받쳐 입었으며, 아래에는 올이 굵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다리 근육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옷 위로 다양한 보호구와 각종 작은 장비를 수납하기 위한 벨트와 주머니들이 달려 있었다.


물론 에반을 포함한 일행들은 서부극을 본 적이 없어, 그런 휴웰의 차림을 그저 특이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저는 사냥꾼인 휴웰이라고 합니다.”


그는 모래 먼지처럼 거친 목소리로 담담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휴웰은 자신을 사냥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도니의 총기를 쳐낸 것을 정중히 사과했다.


“공격하거나 놀라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저도 총을 맞으면 죽기 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은 화법에 다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에반에게 향했고, 에반은 휴웰에게 인사를 건냈다.


“저는 경비업체 휘징 소속의 에반입니다.”


“아, 민간군사기업 소속이시군요.”


그리고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어색한(에반과 그 일행에게) 침묵이 계속되었고, 휴웰은 그저 그들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저…. 그러니까, 방금의 괴물들은…?”


“아, 움브로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녀석들은 고대의 기술이 낳은 생물 병기들이죠.”


“그러니까 그 괴물들을…. 처리하신 건가요?”


“네. 우연히 근처를 지나고 있다 이들 괴생물체들이 내뿜는 기운을 감지하고 이곳으로 급히 향했습니다.”


“기운…?”


온통 이상한 것 투성이였다. 대화는 좀처럼 획기적으로 진행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잠깐, 그게 말이 돼? 그…. 움브리컬? 뭐시기인가 하는 괴물, 못 해도 네 마리는 있었잖아. 그걸 당신이 다 죽였다고?”


플린이 끼어들었다. 아까 유적 아래에서, 비록 기습당하긴 했지만, 네 마리의 움브로프 때문에 림의 분대가 거의 전멸했었다. 아마 에반의 분대가 급히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전멸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 괴물을 혼자서 네 마리나 해치웠다는 것은 아무래도 믿기 힘들었다.


“네. 제 몸에 그 뒤틀린 녀석들의 피가 묻어있는 것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의 말처럼 휴웰의 몸에는 움브로프라는 괴물의 녹색 체액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특히 왼손에서는 너무 많이 묻어 뚝뚝 흐를 정도였다.


“그리고 저기 시체가 있습니다. 원한다면 확인해보시죠. 얼마든지.”


어떤 감정의 표현도 없이, 휴웰이 말했다. 그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적어도 에반과 림은 그에게서 거짓을 읽어낼 수 없었다. 플린이나 드레이코, 덩컨 등의 생각은 달랐지만.


“무슨…. 진짜 다 죽긴 죽었군.”


덩컨이 말했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움브로프의 시체가 네 구 놓여 있었다. 두 마리는 머리가 박살 난 상태였고, 한 마리는 가슴에 바람구멍이 크게 나 있었고, 한 마리는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상태였다. 아마 체액이 녹색만 아니었다면 훨씬 끔찍한 광경이었을 것이었다.


“으웩, 완전 박살이 났네.”


팽이 말했다. 그는 역겹다는 듯 연거푸 헛구역질을 해댔다. 팽의 얼굴에는 슬픔이나 개운함, 역겨움 등이 뒤섞여 복잡미묘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뭘로 죽인겁니까? 저 무지막지한 녀석들을.”


“제 총과 칼로 죽였습니다.”


휴웰은 그렇게 말하며 차고 있던 단도와 리볼버를 꺼내 보였다. 리볼버는 크기가 거의 작은 모니터만 했고, 단도도 날 길이가 거의 30cm는 되어 보이는, 단순무식하게 생긴 물건이었다.


“세상에, 그 괴물들만큼이나 무지막지한 물건이로군.”


덩컨이 말했다. 휴웰이 소지한 크고 묵직한 무기를 보자, 거대한 무기나 ‘남자의 로망’ 따위를 좋아하는 덩컨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졌다.


“어쨌거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플린이 태클을 걸 것 같았기에, 에반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소모적인 논쟁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황상 그가 아니면 누가 저 괴물들을 다 죽일 수 있었을까. 믿기 힘들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어디 가서 전투원으로 꿀린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지만, 에반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자신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아닙니다. 저는 단지 사냥감을 쫓을 뿐입니다.”


겸양의 표현이라고 하기엔,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짐작할 수 없는 ‘순진함’이 에반을 괴롭게 했다. 보통 대화라고 하는 것은 참여자 간에 공유하고 있는 배경과 맥락이 같아야 원활히 이어질 수 있는 것인데, 에반이 짐작하기에 이 사람은 자신과 너무나도 달랐다. 그 자신도 자신을 늘 특이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이 사람은 너무해도 너무했다.


“네. 하여튼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


졸지에 에반의 일행들은 의사와 관계없이 이 이상한 만담을 들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 괴물들을 움브로프라고 지칭 하셨는데, 이 괴생물체들에 대해 지식이 있으십니까?”


“아, 움브로프. 사실 저도 이 생물에 대해 아는 것은 적습니다. 제가 가진 기록에 다만 이들의 생김새를 그린 그림이 있고, 이들이 고대인들에 의해 검으로 부려졌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을 뿐입니다. 한편, 그 기록에는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이 움브로프라는 생물은 과도하게 예리한 양인검이어 주인을 해치기에 창조자들에 의해 봉해졌다.’ 그러니까, 저 또한, 이 생물과는 처음으로 조우하는 것입니다.”


이 남자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주로 쓰지 않는 표현을 즐겨 쓰는 듯했다. 에반은 그를 도통 짐작하기 어려운 인물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플루토니움에 이런 사람은 흔치 않았다. 다른 일행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플린은 그가 플루토니움의 시민이 아닌, ‘비등록자’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말해 억측은 아니었다. 이상한 말씨 하며, 여태껏 본 적도 없는 옷차림새에, 무기도 비상식적으로 거대한 것들을 쓰고 있었으니까. 


이곳 무법지대에는 플루토니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많았고, 그런 곳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갔다. 흔히들 플루토니움의 ‘등록자’들은 ‘비등록자’들을 야만인이라고 생각했다. 플루토니움이 제공하는, 놀라운 문명의 이기와 질서를 거부한 야만인들.


에반 또한,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곧바로 자기 생각을 부정했다. 그가 자신을 ‘경비업체’ 직원이라고 소개 했을 때, 민간군사기업이라는 표현을 쓴것만 해도 그랬다. 이런 행정용어는 사람들이 잘 쓰지 않을 뿐더러, 등록자가 아닌 이상, 아니 등록자라 하더라도 쉽게 알기 어려운 표현이었다. 이런 말을 알고 있는 사람이 비등록자일 확률은 낮았다.


에반은 그냥 휴웰의 특이한 행색이나 말씨를 지닌 사람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더불어 비등록자라고 해서 다들 야만인만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물론 플루토니움 내에서 ‘비등록자’라는 표현은 충분히 비칭으로 쓰였기 때문에 만약 그가 들으면 실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신은 어디 출신이죠? 등록자입니까?


플린이 날 선 태도로 물었다. 에반이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플린에게 크게 소리쳤다.

“플린! 그게 무슨 실례야!”


상대방이 만약 등록자라 하더라도 이는 크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었다. 상대방을 야만인 취급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네, 저도 등록자입니다.”


휴웰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는 에반이 예상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무덤덤한 반응에 플린 역시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플린은 이것저것 묻거나 따지고 싶은 것이 많은 모양이었지만, 당장에 할 말을 찾지 못해 말을 삼키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할 말이 없어졌기 때문에, 다시금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혹시….”


에반이 입을 열었다.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에반의 말에 플린이 발끈했지만, 끼어드려는 플린을 림이 제지했다.


“무슨 일로 도움을 원하십니까?”


“저희는 이곳 유적에서 실종된 탐사대를 찾기 위해 파견된 수색대입니다. 그러나 안에서 이…. 움브로프라는 괴물들에게 공격을 받는 바람에 저는 많은 부하 대원을 잃고 퇴각해야만 했습니다.”


“저런, 안타까운 일입니다.”


휴웰의 목소리에는 진정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혹시, 유적을 마저 수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어쩌면 저기 안에, 생존자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힘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에반의 목소리가 떨렸다. 물론 그는 유적 내부에 생존자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야 휴웰이 자신을 도와줄 것 같았다. 에반은 누군가의 동정심을 이용하는 것은 구역질 나는 행위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더불어 자신의 무기력함과 부하들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느라 미뤄뒀던 감정이 물밀듯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간신히,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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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고등어

세상에서 가장 감상적인 고등어

주의 - 샴고등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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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페이지 플루토니아 2015.12.31 06:13:06
    #5 노예는 구독자 수를 뜻해, 네 작품을 뉴스피드에서 바로 받아보려 하는 사람들이야. 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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